비트코인과 정부 그리고 화이트리스트 정책

병크의 주인공 박상기 법무부 장관

다시 시작된 병크

또 다시 시작되었다.

박상기 법무 “가상화폐는 도박…거래소 폐쇄 목표” - 한겨례

정부는 (정확히는 박상기 법부무 장관이) 블록체인 거래소를 불법 투기장으로 규정하고 폐쇄 법안을 올리겠다며 언론에 강력한 메시지를 흘렸다.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막고 투기를 잡겠다며 내 놓은 조치가 가격 폭락으로 이루어지며 외려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 순간적으로 50% 이상 폭락한 크립토까지 있었으니, 패닉셀로 얼마나 많은 개미들이 손실을 입었을지 알만하다.

청와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朴법무 발언, 확정 아니다"(종합) - 연합뉴스

이에 청와대는 거래소 폐지가 아직 확정된 방침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촌극을 보고 어떤 바보들은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이라는 헛소리를 하는데 자한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심하면 심했지. 이는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화이트리스트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고, 다른 정권이라고 해서 가상화폐? 그거 4차산업 미래의 기술 아니냐!? 라는 반응을 했을거라고 생각하면 순진하거나 멍청한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본다.

뿌리깊은 대한민국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정책

실은 이게 문제다. 우리나라의 법 제도는 기본적으로 모든걸 안된다고 규정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혹은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을 들 수 있는데, 아이폰이 그 대표적인 피해자 이면서 동시에 수혜자였다. 우리나라는 전파인증이라는 절차를 통해서 허가를 받은 제품만을 개통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서 국내에 반입되는 제품의 종류와 양을 제한하는데 사실 딱히 이러한 것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전파인증 때문에 출시일을 숨길 수 없는 전자기기 회사들

예를 들어 드론 (정확히는 쿼드콥터) 은 그 자체로 상당히 위험한 물건이다. 요즘에야 대부분 안전을 고려하여 만들어 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가 거의 없지만, 날카로운 프로펠러로 인해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고는 한다. 게다가 수 kg 이 넘는 물건이 머리 위에서 윙윙 거리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일이고, 잘못 만들어진 제품이 추락을 하여 사람에게 부딪치면 사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드론이 사람을 해치려고 만들어낸 제품도 아니고, 주의해서 개발하고 판매,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규정을 만들어 내면 제재하면 그만이다.

자동차나 휴대폰, 드론같은 첨단 제품일수록 그 화이트리스트의 장벽은 높아만진다. 이에 사람들과 산업이 극렬하게 반대하면 선심이나 쓰듯이 "아니 니네가 그렇게까지 하면 요건 풀어줄게" 하면서 하나둘 규제를 약화시키지만, 이미 그 산업의 추진력은 잃어버린지 오래다. 휴대폰이나 자동차야 우리나라도 장점이 있는 나라이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것도 사실 제대로 보면 모를일이다) 게임, 드론, 3D 프린터와 같은 이게 뭔지 잘 모르겠는 산업에서는 규제와 정부의 의심 그리고 언론의 공격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법의 제재 방식이 거의 다 이렇다. 내가 스타트업의 창업자로 정부지원을 받다가 질린 점도 이 지점인데, 지원금이 작은 것 까지는 심사가 어려운 점 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막상 받아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슨 2천만원을 항목별로 뜯어 놓아서 이건 A 항목에, 저건 B 항목에, B 항목에서도 이건 되고 저건 안되고, 인건비는 안되는데 1회성 외주는 되고, 커피는 마셔도 되지만, 렌트는 내면 안된다.

정부가 정말로 국민을 완전히 보호할 수 있나?

나는 우스게 소리로 "북미/유럽은 개인의 자유를 지키다가 망하고, 아시아는 안전을 지키다가 망할 것이다" 라는 말을 가끔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 기본적인 헬스케어조차 제공하지 않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고스톱 조차도 몇 안되는 희생자를 막기위해 철저한 규정을 만든다.

이야기를 다시 돌아가면 화이트리스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로 어떤 피해자도 만들수 없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화이트리스트는 특히 기업들에게 면죄부만 만들어주고 말았다. 지금까지 은행, 보험회사, 기업, 인터넷 커뮤니티, 쇼핑몰 등등 얼마나 많은 기업에서 개인정보를 유출시켰나? 아니 이에 대해 누구 한명에게라도 보상한 적 있었나? 해킹을 당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법적인 절차를 지켰다며 유야무야 넘어간게 셀 수 조차 없다.

전세계 공공제로 전락한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 1,650만원 이라니 1,000원도 안할듯...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만들어낸 그 많은 절차와 규정들은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만들어 내지 않기는 커녕 보상조차 받을 수 없게 하고 말았다. 열쇠가 안달린 육중한 철문을 만들어 놓고, 이렇게 좋은 문이 있으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한심한 경우가 어딨으며, 이를 정부가 보증한다는 것이 더더욱 터무니 없는 짓거리다.

선진국은 대부분 블랙리스트를 법률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사실 그렇게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버는 시작도 못했을 것이며, airbnb 는 불법 임대 알선업으로 처벌 및 폐업 당했을 것이다. 원래 기술의 혁신, 창의성이라는 것은 불법도 아니고 합법도 아닌 애매한 영역에서 발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불법적인 면을 물어 처벌하면 그만이다.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가 속출하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이 가치를 좀 더 지켜보고 입법을 통해 규제하면 될 일이다. 20여년전 이메일이 범죄의 수단이 된다며 IT 기업의 창업자를 소환하는 촌극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가?

잘 모를때는 회색지대로 남겨두자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 흑/백을 가리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우버가 그렇고, airbnb 가 그렇고, 지금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그렇다. 사실 이쪽에 종사하는 나로서도 미래는 커녕 현재 일어나는 일 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물론 블록체인 소스코드는 대부분이 github 에 공개되어 있고, 제대로 된 곳이라면 백서 (whitepaper) 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발팀이나 foundation 에 대한 정보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마이닝을 해봐도 된다. 그러나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해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백서나 소스코드를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간혹 사람들이 "뭐를 사면 되나요?" 라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나도 모른다. 주식거래소라면 미리 상장정보라도 알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서 좋아하는 기술분야에 투자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한 블록체인 조차도 정확하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걸로 돈을 벌고 있는데도 그렇다.

나는 "모르니까 가만히 있어라" 고 말하는게 아니다. 잘 모를때는 알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보라는 말이다. 심각한 문제점이 있으면 조금씩 규제를 도입하여 해소시키고, 업계와 소통하여 법적인 근거를 조금씩 만들어 가면 된다. 니가 모른다고 해서 가상증표라는 헛소리를 하지 말고 정상적인 절차를 갖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매의 눈으로 그냥 지켜보면 된다. 지식인으로 유명한 유시민 작가도 블록체인과 기술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병크의 결과

가상화폐에 돈을 넣는 것이 해외계좌로 돈을 빠져나가게 한다는 터무니 없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는 정부의 강경발언으로 인해 정확하게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해외 거래소로 이전하고 있고 현재 마켓 특성상 쉽게 한국으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빗썸에서' 로 구글을 검색해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비트코인 국부유출론에 대해, 그리고 튤립 버블의 진짜 교훈

재밌는건 반대파도 4차산업 블록체인의 기술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괜찮지만 가상화폐 (암호화폐가 더 맞는 용어긴 하다) 는 안된다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누누히 말하지만 화폐만이 블록체인의 가치는 아니고, 어떤 의미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게 없는 블록체인 (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을 우리는 알고 있다. uTorrent 라고, 엄밀한 의미에선 다르지만 PoS 중에 실제로 성격이 유사한 것들도 있다. uTorrent 에서는 파일 시드가 잘 유지되지 않는다. 화폐라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폐쇄가 답이 아니다

두 아이들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둘이 뭔가 하는 말이 크게 이상한거 같진 않다. 그러면 나는 상황이 이해가 될때까지 크게 치고박고 싸우지 않는한 그대로 지켜볼 것 같다. 당연히, 이 시장은 과열되어 있는게 맞고, 서로 다른 의견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안된다는 이야기는 좀 터무니가 없는게 선물시장은 왜 존재하고, 주식시장은 왜 만들었나? 부동산 투기가 있다고, 땅 매매를 막아서야 하겠는가?

주식은 투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적인 추세이고, 거래소 또한 그렇다. 국내 거래량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는 결국 국내에 많은 가상화폐가 들어와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광풍이 결과적으로 쪽박으로 끝날지 대박으로 끝날지 지금 시점에서는 결코 알 수 없다. 때문에 섵불리 이것을 사기 혹은 미래의 기술로 판단하지 말고, 현상황을 지켜보라는 말이다. 규제나 과세에 대한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어떠한 법률적 기반을 만들지 지금부터 조금씩 시작하면 된다. 아무리 광풍이라고 해봐야 전세계 최고인 비트코인 시총은 삼성전자만큼도 안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블록체인, 리플 이해하기 어렵고 흑백으로 판단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뭘 모르면 알게 될때까지 입닥치고 잠시 기다리면 된다. 니가 아는 지식으로 짜맞추는게 아니라.